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으면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안보수사단이 설치됐다. 하지만 국정원이 세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내사 대상자로 분류한 인사들의 명단은 경찰에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 전문가들은 “국정원으로서는 지금 경찰의 대공 수사력으로는 간첩단 수사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안 유지도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재판을 받는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대부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 또 ‘사이버 드보크’(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나 ‘스테가노그라피’(기밀 정보를 이미지 파일이나 MP3 파일 등에 암호화해 숨기는 기술) 등 고도화된 암호 프로그램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해 교신했다. 이 때문에 내사와 증거 수집에는 현지어에 능통하거나 IT 전문성이 높은 수사관들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간첩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국내 내사와 수사, 해외 내사, 과학 수사, 북한 정보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경찰이 국정원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의 영향을 경험했던 하동환씨는 “국정원에 63년간 축적된 간첩 수사 역량을 경찰이 단기간에 전수받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이 어렵다면 미국의 FBI처럼 별도의 간첩 수사 전담 기관을 창설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