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조국 전 장관이 말을 좀 아꼈더라면 그렇게까지 난도질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남긴 글을 게시판을 통해 보다보면, '야... 정말 세게 말한다. 듣기엔 사이단데, 혹시 후폭풍은 없을까?' 우려가 되었다.
난 잘 모르는 양반이지만, 고시공부하던 친구들에게 20세기 후반 칭송받던 젊은 법학교수로 팬이 제법 많았던 터라,
아마... 나도 지고지순한 도덕군자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가 남겼던 다소 정제되지 못하고 거친 숨결이 느껴지던 사이다같은 글들이
반대진영의 심기를 건드렸고, 메신저를 공격하려던 그들의 의도에 걸맞는 그들과 똑같은 흠결을 찾아내어
가족들을 난도질 하였다. 그리고 존경해 마지 않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천하의 몹쓸 범죄자라도 된 듯,
대학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던 것도 기억이 난다. 아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으리라.
작금의 정치권을 보면, 마치 말로만 듣던 5,6,70년대 정치사를 눈으로 보는 듯,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알랑대는
비루한 정치인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학생들의 분노는 예전같지 않다. 뭐...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
그들이 "입 잘못 놀리면 코렁탕 먹는" 시대가 온 것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눈치 챈 탓이다.
조 전 교수는 그나마 일말의 기대가 있어서, 속상하고 실망이 너무 커서 욕이라도 한 사발하겠지만,
지금 눈 앞의 물건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 그 현현이다.
이제 100년의 절반을 넘긴 초라한 내 자신도 "정신 차려라, 대통령이 윤석렬이다."며 자식들에게 제 앞가림 잘 하길
주문하고 있고,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90년대를 학생으로 살았는지 뒤늦은 후회가 든다. 지천명의 나이에 이런 꼴을
보려고 우루과이 라운드 관련한 시위에 몸을 섞진 않았을 것이고, 어느 노괴의 뒤늦은 주사파 타령에 흔들리던
친구들에게 김일성의 죽음으로 대못을 박진 않았을 터.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인지 삶의 궤적을 복기 중이다.
말은 아끼고, 분노는 마음에 지피고, 주먹을 굳게 쥐고, 눈 제대로 뜨고 그들의 말로를 지켜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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