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월에 편도암이 임파선 암으로 번져 큰 수술을 받으시고 입원 2개월에 근 1년에 가까운 항암을 경험하신 아버지...
30kg 넘게 빠진 체중과 없어진 입맛, 목, 어깨, 팔, 허벅지의 근육을 뜯어 옮겨붙여 못 쓰게된 오른팔로 20여년 가까이 고생하셨습니다. 가세도 많이 기울었고요.
그러다 올해 폐렴 증상으로 근처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골수암 추정 소견으로 상급 종합병원으로 전원하게 되어 크게 좌절하셨습니다. 20여년 전 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던 암치료가 대한 두려우셨던 모양입니다. 인생 80 넘게 살았으면, 살만큼 살았으니, 저를 조용히 불러 그냥 치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암 확진 검사비용이 140만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셨나 봅니다.
검사 결과, 우려했던 대로 다발골수종으로 확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근 한 달 반만에 퇴원시 받아든 청구서에는 아버지께서 믿을 수 없는 금액(총 비용의 5% 정도)이 적혀있었고... 25년전 어린이 콧물 감기에나 도움되고 암 치료에는 전혀 쓸모 없던 의료보험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셨습니다.
아버진... 고3때 419, 대1때 516, 군대에서 김신조를 겪고, 입사해서 산업연수생으로 독일에서 일하셨고, 집안의 사촌형이 공화당 때부터 민정당,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이셔서... 전형적인 국민의 힘 지지 태극기 부대원이십니다.
김영삼 때 의료보험과 달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거친 지금의 의료보험은 암 보장성을 높여 아버지같이 고령의 어르신들의 질병고를 잘 돌봐 줄 수 있게 되었다고 제가 살살 변죽을 넣고,
헌데, 석열이가 점점 보장 범위와 보장율을 낮추고 있다고 말씀 드리니, 대번에 정치적 호감도에 영향이 옵니다.
아마, 사람이 살아온 역사와 무게가 갖는 관성 때문에 한 번에 바뀌진 않으시겠으나, 어차피 정치라는 것이 감정을 덜고, "무엇이 나에게 더 좋은가"를 이성적으로 표로 결정하는 것으로 바꾸어 바라보게 하면, 저희 아버지처럼 조금씩 싹난 감자들도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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