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션을 잡아두고 땀을 좀 식히다 보니,안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
오다가 편의점 이라도 들렸다 올껄 그랬나?’
녹동에서 사둔 유자막걸리 3병을 비우려면 적당한 안주가 필요하다.
팬션의 에어컨 바람이 발목을 잡지만, 어쩌지 못하고 나서본다.
팬션 현관문을 열자마자, 숨이 턱~ 막힐만큼 더위가 훅~ 달려든다.
몇걸음 걷지 못했건만 사타구니 촉촉해 지고, 목털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젠장, 배달앱으로 주문할까?
아냐~
여행이라고 왔는데, 나가서 말이라도 섞어봐야지…..’
작은 모퉁이 코너에 구멍가게 하나가 보인다.
타킷은 아닌듯 싶다.
술은 있고, 안주가 필요한데, 수퍼에서 안주라면 아마도 마른오징어 뿐일듯 싶다.
멋지고 근사한, 완성된 요리를 포장해서 팬션에서 먹어볼 생각이다.
가만…….
구멍가게 평상에서 4명의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워지니, 메뉴가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배추김치, 물김치, 갓김치, 그리고 생선구이…..
잠깐 확인하려고 한번더 눈을 돌려야만 했다.
어포라고 생각했더니, 그래, 반건 생선들을 구워내서 간장양념과 김치로 안주를 하는 모양이다.
얼깃얼깃 메뉴를 보다가 어르신들과 눈이 마주친다.
“우와~~
아버님, 임금님 드시는 수라상 같아요~~”
지나치는 한마디로 훔쳐보던 머슥함을 털어버릴 생각인데……
“수라상 한번 보고가시오~
한잔 하시오~”
생각지도 못한 찰라에, 건내는 술잔을 받아버렸고, 졸졸졸 술한잔 받아버렸다.
종이컵에 받은 한잔을 비워내고, 어르신이 내미는 구운 생선을 간장에 찍어 먹어본다.
뭐…..
이런…..
맛이, 있는거지?
“하~
아버님~
이거 뭐에요?
왜 이렇게 맛있어요?”
“아~
아이고 배야~~”
“흐흐흐……”
“이, 히히히~~
이사람이 사람 기분맞출줄 아는구먼~~”
“자! 한잔 더 하시오!”
일찍 한잔하고 잠들겠다는 생각에 맘이 급했지만, 한잔두잔 마시다 보니 세상 잊어버렸다.
“아버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 그래도….
아재는 몇살이요?”
“아버님, 칠십일년 돼지랍니다.”
“아~
그라머 아부지 해도 되것내이~”
“아버지!
한잔 하세요~~”
빈잔에 술을 채워 드렸더니,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하이고, 이놈이거….
어디가도 이쁨 받것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님들께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힘겨웠던 날들의 보상같은 시간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버린지 모를 일이다.
열한시가 넘어버렸고, 취기와 의무로 자릴 일어선다.
인사를 끝으로 인연은 다시 돌아선다.
마지막 걸으시던 현중아버지, 비틀거림에 놀라 달려갔다니…..
여리한 손으로 허릴 감싸더니, 들릴듯 말듯 한마디를 하신다.
“한번만, 안아보자…..”
여리한 손이 허리를 감싸는 기분, 술내음 가득한 한숨……
“내새끼, 내새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백만가지 생각이 스치운다.
그랬겠지…..
술기운이 사라져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잘수가 없다.
내일은 일정이 틀어질는지 모르겠다.
그럼 또 그렇게 가는게지…..
한잔만 마시는 겁니다 -_-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