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성이 말라깽이에 모태 허약체질 입니다.
이십대 초까지 저의 벗은 몸은
흡사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로봇마냥 깡 말랐었습니다.
고등학생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걸 참 좋아했지만,
왜소한 체격에 누구에게나 쉽게 뚫리는 구멍 역할로,
그마저도 3분을 뛰면 7분을 쉬어야 했습니다.
허약체질이지만 몸은 가벼워서
이십대 중반까지는 건강 걱정 없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삼십대에 들어서자 조금씩 체중이 불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인생이 꼬여간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왜인지 그때는 점심으로 빅맥을 2개씩 먹으며
스트레스를 먹부림으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체중이 불고, 혈압이 오르고, 허리디스크가 올 쯤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거창하게 다이어트 돌입! 이라고 할 것도 없이,
살기위해 32살 부터 체중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다이어트라고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많이 생경했습니다.
천성이 운동 체질은 아니고, 시간도 없어서,
헬스장은 다니지 않았고, 순수 식습관 개선만 했습니다.
하루에 먹는양을 조금 조금씩 줄여나가며,
공복감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루는 점심을 너무 소량 섭취한 탓에,
저녁을 먹고, 밤에 잠을 청하는 내내
꼬르륵 소리에 시달려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2024년을 맞을 즈음에..
제 BMI 지수는 간신히 정상범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건강검진에도 정상혈압이라는 결과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속썩였던 허리디스크는 문제 없이 버텨주고 있고,
이제는 소량 섭취에 익숙해져,
아주 약간의 과식도 거북하게 느끼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만 서른넷,
청년의 끝자락에 모아놓은 건 별로 없지만,
이 전 보다 건강한 새해를 맞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건강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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