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해서 제가 사오는 데일리카 썩차는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음악이 전혀 나오지 않는 차는 솔직히 좀 지루해서 감당하기 어려워(장거리 주행이 많아서) 인간적으로 MMI 고장은 해결을 시도 해봤습니다. 정비....라고 하기에는 딱히 고친 것이 없어 정비한 것이 아니지만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ㅋㅋ
MMI의 최초 상태입니다. 키 ON에 라이트까지 켠 상태입니다. 보시다시피 스크린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센터콘솔 컨트롤러에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완전히 죽은 상태죠.
뭐, 전기장치 고장의 기본 중 기본이지만 최초 스텝은 퓨즈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우디 MMI 컨트롤러가 컵홀더 바로 앞에 있다 보니 음료를 컨트롤러에 쏟아서 퓨즈가 나갈 가능성이 적은 차가 아니거든요. 물론 습도에 그대로 노출되는 자동차라는 물건을 음료 스필 한큐에 고장나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암튼 퓨즈박스는 트렁크 우측에 있습니다(엔진룸에 있는건 파워트레인 작동과 관련이 있는 전류 단위가 쎈? 것들이지만 실내 전기장치 같이 약한 것들은 대시보드 양옆에도 추가로 있어요.)
그리고 컵홀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차 컵홀더 정말 거지 같습니다. 센터콘솔 전후 위치조정도 안되는게 너무 컵홀더 바로 위까지 위치하고 있어서 커피 컵 같이 대가리 부분이 큰 컵은 센터콘솔 뚜껑에 반드시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아니 음료수 쏟기 딱 좋게 컵홀더를 설계 해놓고 그거 쏟아질만한 자리에 버튼이 한가득 자리잡는 발상은 과연 그들을 2차 대전에서 패배하기 만든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패전국 엔지니어링은 늘 놀라움을 제공합니다.
대충 어렵지 않게 정보를 습득하여 MMI와 관련된 퓨즈를 하나하나 모두 살펴본 결과 퓨즈는 정상입니다. 그럼 그렇지 이게 잘 나갈 리가 없죠. 이제는 모듈 문제겠거니 확신을 갖게 됩니다.
아까 퓨즈박스 반대편 트렁크 왼편에 오디오 관련 모듈이 이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빈 칸이 많죠? 우리나라에는 위성 라디오도 들어가지 않고, 순정 네비게이션도 들어가지 않고, 3.2 콰트로는 라인업상 제법 상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S-Line 모델이 아닌 이상 보스 오디오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제일 위 일반 앰프 하나와 그 아래 라디오 모듈 단 둘 뿐이에요. 보통은 대시보드 안쪽에 오디오 데크가 들어가지만 이 차는 대시보드 안에 스크린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나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죠.
이런 시스템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MMI 시스템 자체가 광섬유(파이버옵틱)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인데, 이 시스템의 단점은 (편의상 회로로 설명) 실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듈이 하나의 광섬유 회로로 직렬로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그 여러 개의 모듈 중 단 한 곳만 단선이 일어나도 시스템 전체가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썩차가 된 이런 연식의 아우디에서는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고장이 되죠.
문제는 이거를 수리해주는 업체를 처음에 검색 해봤는데, 우연히 가격을 공개한 한 업체의 경우 수리비가 무슨 80만원 돈에서 스타트... 100만원 주고 가져온 차에 80만원 수리비를 들일 의향은 당연히 없겠죠. 그래서 양덕 성님들의 정비 후기를 보아하니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더라구요. 보통 모듈 내 공장출고 기판 솔더링 내구성이 형편 없어서 이게 가장자리에 있는, 수분 침투에 가장 취약한 것들이 단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가장 많아 생각보다 일반인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뭐... 부속품 교체 필요 없이 기초 납땜 작업이니 일반인도 충분히 할 수가 있는 작업이고요.
아무튼 분해를 시작해서 잭에 광신호가 나오고 있는지 부터 확인을 합니다. 그래야 배선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겠죠. 이쁘게 스택 쌓아둔 것이 오히려 더 지랄맞은 상황이 되어 처음 만져보는 차는 안 보고 잭 뽑기가 어려워 분해를 해서 찾습니다.
사진 초점이 맞지 않았는데 잭에서 저렇게 빨간 불, 광신호가 들어옵니다. MMI 시스템이 각 모듈과 통신을 하려고 시도중일 때만 불이 들어오니 키온을 하고 수 초 내로 잽싸게 트렁크로 와서 잭에 불 들어오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어딘가에서 모듈 반응이 없어 단락이 된 것이 확인되면 고장난 것으로 판단하고 광신호도 더 이상 보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후다닥 사진을 찍느라 초점이 맞지 않은 것입니다. ㅋㅋ
암튼 배선 어딘가에서 단락 아닌 것은 확인을 했고, 글러브박스 안 CD 체인저는 잘 작동 되니까 설마 얘가 문제는 아니겠지 넘겨 짚습니다. 스크린과 컨트롤러도 MMI 구성품 중 하나인데 트렁크에서만 이렇게 삽질을 하는 이유는 우선순위 때문입니다.
아우디 차들은 내장재 분해하기가 정말 거지같은 메이커입니다. 손톱 갈아내는거 같이 생긴 납작하고 긴 막대기를 쑤셔넣고 안쪽에서 탁 걸리기를 바라면서 잘 후벼야 나오죠. CD체인저도 그러합니다. 정석대로는 이렇게 빼야 하고, 야매로는 글러브박스 아래로 대가리를 넣고 바로 위에 있는 패널을 떼어내면 손을 넣어 CD체인저 뒷편에서 잭만 바로 빼서 광신호를 체크할 수 있지만 제 노동력도 어찌보면 돈과 시간과 노력이거든요... 가급적 안하고 해결되면 좋죠. 스크린의 경우 계기판부터 쭉~ 이어진 내장재를 떼어내야 스크린을 탈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가급적 원인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뒤로 미룹니다.
센터콘솔에 있는 컨트롤러는 더욱 거지 같습니다. 후석 송풍구 빼고, 센터콘솔 떼고, 컴홀더 바닥 떼어낸 후 숨은 볼트 풀고, 재떨이 빼서 거기 숨은 볼트 풀고, 기어부츠 안에서 바깥으로 잡아서 땡겨 빼고 그 안으로 공구 넣어서 볼트 더 빼고 심지어 옆구리 내장재 대시보드 아래에서부터 센터콘솔 옆면을 다 덮는 그 길쭉한 녀석까지 떼어내야 컨트롤러를 떼어낼 수 있는 아주 거지같은 차입니다. 그러니 얘네들은 가급적 고장 원인이 아니기를 바래야죠. 다른 것들부터 해결을 시도 해보고 이들은 최후순위입니다.
아무튼 아우디에 들어가는 파이버옵틱 잭은 모두 저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해결사.. 알리에서 구입한 개당 1800원대의 옵티컬 룹입니다. 쉽게 말하면 교란장치죠. 앞서 보신 잭에서 구멍이 두 개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하나는 광신호가 모듈로 들어오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모듈에서 다시 뱉어낸 광신호를 받아서 가지고 들어가는 쪽입니다. 모듈이 고장 나면 신호를 다시 보내주지를 못하고, 신호를 바통터치 받아서 다음 모듈로 전달해주지 못하면 단락이 일어나서 MMI 전체가 뻗는 것이기 때문에, 배선이 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들어오는 광신호를 잭에서 받으면 그걸 그대로 다시 잭으로 도로 집어넣어 마치 모듈이 정상적으로 광신호를 보내주고 있다고 다음 모듈에게 착각을 시키는 것이지요.
그렇게 파이버옵틱 회로에서 모듈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단락된 곳 없이 회로가 온전하게 돌아오면 MMI는 살아나게 됩니다. 단, 잭을 빼둔 모듈의 기능은 정상 작동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요. 앰프 잭을 빼서 이걸 연결을 시켰는데 MMI가 살아 돌아왔다, 그러면 모든 음악 출력은 되지 않은 상태로 MMI가 살아서 돌아올 것이고, 라디오 모듈이 문제면 라디오만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MMI가 살아 돌아올 것이고, CD 체인저가 문제면 CD 체인저만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MMI가 살아서 돌아옵니다.
옵티컬 룹을 연결 합니다. 3개 씩이나 산 이유는 여분이라기 보다는, 원래 정석대로 점검을 하려면 모든 잭에 이것을 설치 해서 파이버옵틱 회로를 온전한 상태로 만들어서 MMI가 살아나는 것을 먼저 확인한 후 모듈 하나하나에 옵티컬 룹을 제거함과 동시에 모듈에 연결을 해가며 어떤 모듈이 죽었는지 가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ㅋㅋ 저는 가급적 분해가 동반되는 것들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고, 또 MMI 구성품 중에서는 라디오 모듈이 가장 쓸모가(?) 없어서 라디오 모듈이 뻗었으면 좋겠다 좋겠다 빌고 있었기 때문에 라디오 모듈부터 테스트를 합니다.
와우. 한 큐에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라디오 모듈이 죽었던 것이었어요. 소리도 잘 나오고 나머지 MMI 기능들 모두 작동이 잘 됩니다. 스크린도 들어오고 컨트롤 모듈 백라이트도 들어오죠.
사제 네비게이션은 카메라 경고 소리가 우렁차게 잘 들리는 걸로 봐서는 모듈 자체는 이상이 없는데 이 시절 사제 네비게이션은 버튼 어떤 것을 길게 누른다던지 네비를 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을 제가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ㅋㅋ 아, 그리고 후방카메라도 나오지 않아요.. 사실 뭐, 저의 다른 차 두 대에도 후방카메라는 없지만(하나는 주차 센서 조차 없음)
오디오가 살아나니 너무 개운하고 보람 있습니다. 뭐.. 썩어도 준치라고.. 이런 고급차 브랜드들은 굳이 최상위 오디오가 들어가지 않아도 기본 자사 오디오도 꽤 치거든요.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아우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는 정말 예술이지만... 각종 차량 설정 마음에 들지 않던 것들도 MMI가 살아나니 제 입맛대로 설정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자동 도어락 이 개같은 기능부터 해제 했습니다.
보너스로 현재까지 장거리 연비 기록 올려 드립니다. 이 이상은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얼추 리터 당 13km 정도 되죠. 차량 인수 후 현재까지 트립 2에 기록되고 있는 전체 기간 평균연비는 리터 당 9km 정도 됩니다.
저도 젤 수리에 돈 많이쓴게 오디오 ㅠㅠ
10개월 있다 또 뻗어서 30주고 올인원 교환했어여 ㅠ
액르신 글 참 맛깔납니다 ㅋㅋ
미남 이시라던데 손재주까지ㄷㄷ
2. 퓨즈 멀쩡하면 알리에서 audi fiber optic loop 검색하세요. 그럼 뭐 번역기 돌린 거지같은 한글로 "모든 아우디 위한" 어쩌고 저쩌고 많이 나와요. 그걸 주문을 하세요. 한 3개 있으면 좋습니다. 얼마 안하니까요.
3. Q7은 SUV라서 뜯어야 될게 좀 많아요. 트렁크 열고 우측 내장재를 뜯어야 합니다. 이거 뜯는 법도 영문 검색하시면 많이 나와요. 유럽차라 별각 렌치가 들어가니 T10부터 T30 이렇게 셋트로 들어있는거 대충 마트 가서 하나 사세요. Q7은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으나 제껀 10미리 복스알이랑 T25 두개만 사용해서 다 탈거 했어요.
4. 내장재 해체 완료되면 제꺼보단 좀 납작하게 생긴 스택에 앰프랑 모듈들 들어 있을거에요. 잭을 탈거 하셔가지고 알리에서 배송 받은 파이버옵틱 룹을 연결하고 운전석에 앉아 키온을 해보세요. 이때 정상작동 하면 모듈에 연결하지 않고 파이버옵틱 룹을 꽂아둔 그 모듈이 고장난 것입니다.
5. 저는 라디오 모듈이 고장이었고 라디오를 포기한 채로 파이버옵틱 룹을 끼워서 그냥 쓰고는 있는데 안쓰고 넘어갈 수가 없는 모듈이 고장난 것이면 그때부터는 난이도가 좀 있는 작업을 해야됩니다. 모듈 분해해서 기판에 회로 어디 끊긴 곳 없나, 납땜 떨어진 곳 없나 일일이 살피셔야 되고, 원인이 발견 되면 납땜을 다시 해야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영문 검색을 하시는 것입니다. 양덕들이 Q7 MMI 동일한 증상 해결하는 영상 정말 많습니다. 한번 보세요
곤지암 함 놀러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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